● 명상과 수행 – 방법 & 사례
다음은 한국경제신문의 ‘이 사람은 수행 중’ (2009. 7. 23. ~ 9. 3./5회 연재) 취재기사 전문입니다.
이에 앞서 다양한 ‘명상의 방법’을 먼저 제시하고 차례로 수록합니다.
■ 명상의 다양한 방법들 (한경/2009. 8. 22.)
■ 이 사람은 수행 중 (한경/2009. 7.23. ~ 9. 3.)
1.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2. 한경혜 (한국화가)
3.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
4. 이상열 (EPS코리아 대표)
5. 박은주 (김영사 대표)
사전적 의미
명상 (冥想/瞑想, meditation):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거나 종교 수행을 위한 정신집중을 널리 일컫는 말.
수행 (修行): 1. 행실, 학문, 기예 따위를 닦음.
2. <불교>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도를 닦는 데 힘씀.
3. <종교>생리적 욕구를 금하고 정신과 육체를 훈련함으로써,
정신의 정화나 신적(神的) 존재와의 합일을 얻으려고 하는 종교적 행위.
명상의 다양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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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의 다양한 방법들
만성두통···우울···불안···명상으로 헛된 `나`를 버리자
앉아서ㆍ걸으며ㆍ말 되뇌이며
스트레스 다스리기
긴장된 근육 이완되고
심장박동ㆍ혈압 등 떨어뜨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라고 할 만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율이나 이혼율, 노동시간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외로움과 우울증, 각종 신체 질환에 시달린다. 심지어 가정을 파탄 내고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강력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사회가 날로 흉흉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상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화와 자기존경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상이 내면의 번뇌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권유되고 있다.
명상(暝想)하면 대개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명상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지금 내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想)을 없애는(暝) 것'이다. 이는 곧 마음을 쉬게 하고, 무엇을 자꾸 구하거나 찾지 않은 채 다만 원래의 상태에서 머무르면서 고요히 평화와 행복과 안정을 취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면의 번뇌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심취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심리치료를 받아본다. 각 종교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종교인들이 소속된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의 영향을 반영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심리치료는 개인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일그러짐이나 뒤얽힘을 풀어주고 어떤 문제의 내막을 확실히 앎으로써 한층 더 확실하고 강고한 자신의 인지체계를 구축, 문제를 털어내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명상은 불교의 무아(無我)와 비슷하게 '나'라는 정체성(identity)이 오히려 방해물이 되니 그것을 버려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명상 동호회 모임인‘거듭나기명상회’에서
한 사범이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명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련법이 많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태교 라마교 요가 태극권 등에서 유래됐다. 명상은 본래 동양 종교의 전통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각종 고통의 원인을 해결,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한 수행법으로 사용돼 왔다. 따라서 명상의 뿌리는 동양이며 요즘 서구에서 유입된 명상은 동양의 것이 전파돼 재흡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 붙이기에 따라 '자연명상''초월명상''마음챙김명상'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크게는 현상을 그대로 보아 지혜를 얻는 통찰명상과 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 삼매(三昧)라는 높은 의식의 경지에 이르는 집중명상으로 나뉜다.
명상의 방법은 단순히 침묵하는 것,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숨을 쉬는 것부터 걸으며 자세에 집중하는 것,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말을 되뇌는 것, 단전호흡과 비슷하게 인체의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 등 수없이 많다. 이를 잘 실행하면 뇌파,분당 호흡수 및 심장박동수,혈중 콜레스테롤, 혈압 등이 낮아진다. 긴장된 근육은 이완되고 산소섭취율이 줄어들며 각성된 뇌파가 나타난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자율신경계와 코티솔과 같은 부신피질호르몬 활동이 감소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30여년간 발표된 과학적 연구 논문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명상은 실제 질병도 치유한다. 진통제 등을 동원해도 반짝효과에 그치는 만성통증의 경우 명상을 통해 통증의 실체를 관찰하고 수용하고 지그시 머물러봄으로써 몸과 마음이 이완돼 통증이 저절로 사라지거나,통증이 존재하더라도 이로 인해 겪었던 삶의 고통이 소멸될 수 있다. 그래서 만성 두통이나 우울, 불안과 같은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명상으로 완화 또는 해소시킬 수 있다.
흥미롭게도 무엇을 이겨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지금 있는 그대로 머물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바꾸려고 씨름했던 바로 그것이 저절로 변화된다는 것이 명상 수행자들의 하나같은 치유 체험이다. 예민하고 자주 침울해하며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이며 원만한 성격으로 바꿀 수 있다.
대다수가 명상을 그저 정적인 활동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에게 맞지 않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명상은 실천과 변화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삶에 유익한 구체적 행동을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을 걷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명상을 지식의 틀로 받아들이면 꾀많고 처세술에 밝은 기회주의자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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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ankyung.com (2009. 8. 22일자/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 = 김연수 피올라명상학교 교장(한양특허법인 대표변리사),
이성재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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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은 수행 중
1.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하루 2시간 참선…"
"집중력 엄청 높아졌어요"
"대학 2학년때 부터 33년째 수행,
날마다 '스트레스 제로' 경험, SCI 논문 147편 게재"
33년째 참선수행을 하면서 수행모임 <선도회> 지도법사로 활동 중인
박영재 교수가 연구실에서 참선하고 있다.
서울 신수동 서강대 리치과학관 10층에 있는 자연과학부 박영재 교수(54)의 연구실.책으로 빼곡한 서가 사이로 한문 족자와 십자고상(十字苦像)이 벽에 걸려 있다. 족자는 중국 선불교의 3조(祖) 승찬대사가 지은 <신심명(信心銘)>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을 적은 것인데 십자고상과 함께 걸려 있으니 이채롭다.
"<신심명> 첫 구절은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로지 간택함을 꺼릴 뿐이네(至道無難 唯嫌揀擇).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但莫憎愛 洞然明白)'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이원적 분별심만 버린다면 깨달음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죠. '내 수행법이 최고다, 내 종교가 최고다'하는 생각은 분별심에 사로잡힌 겁니다. 간화선(화두선)은 물론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도 지극한 도에 이를 수 있으니 <신심명>과 십자고상이 함께 있어서 이상할 게 없지요. "
박 교수는 서강대 물리학과 2학년 때인 1975년 10월 종달(宗達) 이희익 노사(1905~1990년) 문하에 입문한 이래 34년째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씩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생활 속의 수행자다. 원래 조부 때부터 가톨릭을 믿었던 집안이라 어릴 땐 성당에 다녔으나 대학 입학 후 삶에 대한 의문과 고민으로 방황하다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다》에서 석가모니의 삶을 통해 불교를 접했고, 종달 노사를 통해 간화선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
박 교수는 수행한 지 12년 만에 스승의 인가를 받았고, 이후 숭산 스님의 (점검)지도를 받기도 했다. 스승이 입적한 뒤로는 일반인들의 간화선 수행모임인 선도회의 제2대 지도법사로서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입자물리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만 해도 바쁠 텐데 어떻게 지도법사 역할까지 하고 있을까. 박 교수는 "참선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본업을 수행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가자(스님이 아닌 일반 신자)의 수행은 근무시간에 화두를 들거나 본업과 가족을 팽개친 채 참선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잠깐 참선한 힘으로 하루를 힘차게, 최선을 다해 사는 겁니다. 재가자라고 해서 선방에서 하루 종일 참선하는 스님들보다 수행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늘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있는 주인공으로 살면 각자 하는 일이 바로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
박 교수의 삶이 이를 입증한다. 그는 매일 잠에서 깨자마자, 잠들기 직전 한 시간씩 호흡을 관찰하는 수식관(數息觀)으로 산란한 마음을 가다듬고 화두를 든다. 수식관은 배꼽 아래 단전에 힘을 모으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면서 '하나, 둘, 셋…'하고 마음 속으로 헤아리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행법이다. 연구 중에도 집중이 되지 않으면 연구실 안쪽에 있는 '1인용' 선방에서 반가부좌를 한 채 선정에 든다.
그 결과 교수생활 26년 동안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에 등재되는 해외 학술지에 147편의 연구논문을 실었다. 꾸준히 연구하는 교수들이 보통 1년에 두 편 정도 게재하는 데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 지난 10년간 대학 내 교수업적평가도 교무처장을 맡았던 해를 빼고는 상위 20% 안에 들었다.
"수행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놀라운 집중력이 생겨서 공부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한 번 본 것은 마치 각인된 것처럼 잊어버리지 않게 됐어요. 평소 5시간 공부할 내용을 1시간이면 끝냈으니까요. 그래서 대학 3학년 때 두 학기 모두 만점(4.0) 학점을 받았죠. 10년쯤 수행했을 때 제 가슴에 답답하게 맺혔던 것이 모두 사라지고 텅 빈 체험을 하게 됐고, 그 후로는 힘든 일이 닥쳐도 그 일을 무심하게 바라볼 뿐 일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는 '스트레스 제로(0)' 상태를 지속하고 있지요. "
그래서 박 교수가 이끄는 선도회에는 대학생, 교수, 교사, 주부, 예술가 등 각계각층 2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했고, 이 중 80여명이 정기 모임에 지속적으로 나와 수행한다.
또 박 교수처럼 독자적으로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다른 수행자를 지도할 수 있는 법사로 인가받은 사람도 김인경 조선대 미대 교수 등 18명이나 된다.
성철 스님의 선 사상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예수회 서명원 신부도 금요일 아침마다 서강대 성당 기도실에서 참선 모임을 갖는 선도회 멤버다. 또 박 교수가 1999년부터 해마다 교양과정에 개설하는 '참선'과목은 대표적인 인기 강좌다.
박 교수는 "간화선 수행은 지도자의 점검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도회 또다른 가풍은 주어진 시간 중 8분의 1은 좌선하고 나머지는 본업에 매진하는 '좌일주칠(坐一走七)'"이라며 "각자 깊은 수행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걸음걸음마다 맑은 바람이 일 것(步步淸風起)"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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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2009. 7. 23일자)
2. 한경혜 (한국화가)
한국화가 한경혜씨 "하루에 1천배씩 28년 수행…뇌성마비 극복했죠"
성철 스님 권류오 6세부터 시작, 중2부터 성적 '쑥쑥'…
내달 박사학위 하루 1만배 백일 기도도 세 차례
하루 1000배씩 하는 절수행을 28년째 하면서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한 화가 한경혜씨.
한국화를 그리는 한경혜씨(34)는 날마다 자정이면 절을 하기 시작한다. 경기도 과천 집의 좁은 방, 1평 남짓한 공간에 놓인 좌구(坐具 · 방석)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머리를 바닥까지 낮춘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몸과 입, 생각으로 자기도 모르게 지은 업을 바라보며 참회한다. 절이 횟수를 더해갈수록 가빠졌던 호흡은 다시 고르게 되고, 몸도 마음도 평온해진다.
절을 마치면 새벽 1시30분. 이렇게 날마다 1000배로 하루를 닫고 새날을 연다. 한씨의 절 수행은 올해로 28년째다. 경남 진영에서 1.6㎏의 미숙아로 태어난 그는 갓 돌이 지났을 때 뇌성마비를 앓았고 일곱살 땐 사지가 따로 놀고 음식은 물론 물조차 삼킬 수 없게 돼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였다. 그때 한씨의 어머니는 해인사 백련암으로 찾아가 성철 스님을 만나기 위해 3000배를 했다. 아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휘청거리는 몸으로 사흘에 걸쳐 3000배를 마쳤다. 그리고 아이는 엉금엉금 기어서 성철 스님 앞으로 가 물었다.
"스님, 저 죽는대요. 언제 죽어요?" "오늘밤에 죽어라." "어차피 죽을 거면 49재도 지내야 하니 여기서 죽을랍니다. "
여섯살 꼬마의 놀라운 대답에 성철 스님은 어머니에게 "너그 아가 와 그라노?" 하고 물었다. 어머니가 "스님이 시작했으니 스님이 책임 지이소"라고 하자 성철 스님은 "가시나야, 니 오래 살아라. 대신 하루에 1000배씩 해라"고 당부했다.
한씨는 "그땐 몸이 워낙 굳어있어서 일어섰다가 머리만 바닥에 붙여도 일배로 인정했는데 3000배를 하고 나니 물은 물론 스님이 주신 바나나도 목으로 넘어가더라"고 했다. 이후 한씨는 성철 스님과 약속한 대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000배를 해왔다. 날마다 1000배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땐 며칠에 걸쳐 빠지는 날만큼 미리 절을 채웠다.
"초등학교 땐 방과 후부터 다음 날 등교하기 전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절 하는 데 바쳤어요. 누가 강요하진 않았지만 스님과 마음으로 약속한 거니까 열심히 했어요. "
절을 꾸준히 하자 비틀어지고 흔들거리던 몸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는 현저하게 나아진 몸 상태 못지 않게 학교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절 수행으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자 뇌에 산소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적 능력과 집중력이 향상돼 하위권을 맴돌던 성적이 반에서 30등, 20등, 10등으로 급상승했다.
한씨는 지금까지 하루 1만배씩 올리는 만배 백일기도도 세 차례나 해냈다. 하루 1만배를 하려면 밥 먹고 잠 자는 몇 시간 외에는 모두 절만 해야 하는 고행(苦行) 중의 고행이다.
"3000배를 처음하면 아주 힘들고,두 번째 하면 그 고통을 알기에 더 힘들어요. 그러나 세 번째 3000배는 몸이 절 하는 걸 기억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해져요. 이처럼 '죽을동 살동'해서 몸을 길들여야 해요. "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꿨던 홍익대 미대 진학을 세 번이나 실패하고 경영학과로 입학했다. 하지만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홍대 미술대학원에 진학했고 '동양회화에 나타난 물 표정 연구-본인 작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돼 다음 달엔 박사학위도 받게 된다. 자신의 절 수행 체험기를 《오체투지》(작가의집 펴냄)라는 책으로 펴냈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기도 했다.
"절은 저에게 육체적인 생명만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뜨게 해줬습니다. 나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보게 해줬지요. 성철 스님은 절을 하면 몸과 마음의 병이 없어지고 사주팔자가 바뀌는 세 가지 유익함이 있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사주팔자가 바뀐다는 것은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겁니다. "
한씨는 "절 수행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자 장애가 저에게는 축복이었음을 깨달았다"며 "돈도 안들고 부상 위험도 없으며 공간도 0.8평이면 충분한 절 수행을 해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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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2009. 7. 30일자)
3.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 "화나는 건 한순간···한발 떨어져 자기를 보세요"
병원 개원 2년만에 외환위기, 부도위기 몰려 자살 생각까지 '통찰명상' 통해 평정심 찾아
30분~1시간 명상으로 하루 시작, 환자 없을 시간에 차실서 수련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이 병원내 차실에서 호흡의 들고 남을 고요히 관찰하는 ‘통찰수행’을 하고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온 몸에 힘을 빼십시오. 턱은 약간 안으로 당기는 게 좋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호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호흡에 끼여드는 상념들과 저림, 결림 등 감각의 변화도 살펴보세요. 또 감각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변화과정도 낱낱이 관찰해보세요. "
지난달 30일 저녁 7시쯤 서울 목동역 인근의 한별신경정신과 안쪽 차실(茶室).이 병원 최훈동 원장(55)이 수행에 뜻을 둔 5명과 함께 통찰명상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안내한다.
통찰명상은 호흡관찰부터 시작해 자신의 몸과 행동, 마음에 대한 철저한 관찰을 통해 심신의 평화를 찾는 수행법. 명상수행의 양대 요소인 집중과 관찰, 초기 불교 용어로는 사마타와 위파사나, 한문으로는 지(止 · 집중 또는 선정)와 관(觀 · 관찰)을 동시에 행하는 수행법이다.
경기도 김포 한별정신병원 원장이기도 한 그는 목요일 저녁마다 수행에 관심있는 이들과 이 차실에서 1시간가량 통찰명상을 한 뒤 30분간 수행 내용과 의문점에 대해 차담(茶談)을 나눈다.
"수행을 하다보면 세 가지 적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잡념, 졸음, 통증입니다.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잡념이 쳐들어와 명상을 방해합니다. 오래 앉아있으면 무릎이 저리고 아파오기도 하고, 졸음 때문에 집중과 관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수행을 계속하면 이런 방해꾼들에 빼앗기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 시간이 10분, 20분 늘어나다 보면 평소 좌선을 하지 않고도 자기 자신을 관찰할 힘이 생기지요. "
자신의 호흡과 잡념, 신체의 통증과 감각을 관찰해 뭘 얻을 수 있을까. 최 원장은 "흐르는 강물에 떠 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듯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그 종이배에 태워 무심하게 바라보라. 좋다, 싫다 하는 생각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피하거나 없애려는 마음도 없이 있는 그대로 몸과 마음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라"고 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라고 여겼던 화나 통증, 괴로움 등 몸과 마음의 반응이 한순간 일어났다 꺼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화가 치밀 경우 "아, 내 안에서 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최 원장은 설명했다.
최 원장은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마주친 고통을 이 같은 통찰수행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서울 구로동에 정신과의원을 열어 13년 동안 인술을 폈던 그는 1996년 더 많은 이의 유익을 위해 김포에 치료공동체를 지향하는 한별정신병원을 열었다. 그러나 이듬해 닥친 외환위기로 병원은 개원 2년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다. 피가 마르는 고통도 체험했다.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남양주 봉인사에서 위파사나 수행을 처음 접하고 깊은 체험을 얻었다. 이어 2003년 봄 천안 호두마을에서 미얀마의 우 자나카 사야도가 진행하는 3주간의 위파사나 집중수련에 참가해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최 원장은 "집중수련 보름이 지났을 때 식사를 준비하다 '지금 여기에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고 30분가량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며 "심신이 정화된 상태를 체험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고통과 나를 분리시켜 보니까 현실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지더군요. 집중수행을 하기 전에는 병원과 현실이 곧 나라고 생각해 사면초가였고, 쥐구멍만큼도 빛이 들어올 곳이 없는 암흑천지였죠. 그러나 '거리두기'를 통해 고통과 내가 한 몸이 아님을 체험하고는 집착과 중압감에서 벗어났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매순간 지금 여기서 담담히 최선을 다할 뿐 더 이상 고통에 끌려다니지는 않게 됐지요. "
이후 최 원장은 매일 오전 30분~1시간 정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에서도 환자가 없는 시간에는 차실에서 명상을 한다.
그는 "문전옥답도 가꾸지 않으면 황무지가 되고 만다"며 "병원에서 상담을 하든 전화를 받든, 버스를 타고 가든 언제 어디서나 깨어있는 마음으로 내 마음과 행동을 잘 관찰해야 마음밭을 옥답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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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화동 기자 kildongh@sportschosun.com (한경/2009. 8. 6일자)
4. 이상열 (EPS코리아 대표)
이상열 EPS코리아 대표 "서너번만 마음 돌리면 나쁜 사람도 좋아지죠"
40년간 아침마다 '마음공부'
기도분 봉독하며 공동체 위한 기도
自利利他 거래원칙ㆍ노사화합 이뤄
이상열 EPS코리아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회사와 사원 및 가족의 발전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경기도 평택의 포승공단에 있는 스티로폼 완충포장재 · 단열재 제조회사인 EPS코리아의 이상열 대표(73)는 매일 아침 5시4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곧장 기도를 시작한다.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一圓相)을 모신 책상 맞은편 벽의 불단 앞에 방석을 깔고 앉은 그는 경종(바닥에 놓고 치는 종)과 목탁을 치며 영주(靈呪)와 일원상 서원문, 반야심경, 청정주(淸淨呪), 회사 발전을 위한 기원문을 차례대로 봉독한다. 그의 사무실은 이때 법당으로 바뀐다.
"항상 진리와 은혜를 일깨워 주시고 바르게 살 길을 인도하시는 법신불 사은(四恩)이시여!자기본위를 초월하여 국가 · 사회 전체,직장의 공동이익을 위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우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경계가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 경계를 통해 함께 공부하면서 성장을 확인하고 진급된 모습을 보면서 각자가 심안(心眼),혜안(慧眼),법안(法眼)을 갖게 하소서."
1988년 회사 경영을 맡은 이래 한결같이 아침마다 올리는 이 대표의 아침기도는 그가 원불교에 입문한 이래 40여년간 실천하고 있는 마음공부의 하나다.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완전히 깨어있도록 하는 공부다. 원불교에는 '원래 마음'과 '일어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원래 마음'은 마음이 움직이기 이전의 상태, 흔들리거나 요란해지지 않는 오직 고요한 상태의 마음. 그런데 이 마음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대상인 사람과 사물, 상황, 환경 등을 만나면 화, 미움, 싫거나 좋음 등 원래 없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가령 친구의 말 한 마디에 자존심을 상해 화가 났다면 그 친구의 말이 경계이고, 화는 일어난 마음이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한 템포 멈춰서 생각을 돌리는 게 마음공부예요. 누가 불친절하거나 불손하게 대하면 바로 화를 내기보다 '저 사람의 마음이 뭔가 소란한 가운데 있구나' 이해하고 좋게 받아들이면 그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관계를 주도할 수 있어요. "
경계를 만나 요란한 마음이 일어날 때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게 마음공부다. 원불교에선 이렇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경계를 대했으면 유념, 그렇지 않으면 무념이라고 해서 유 · 무념 대조 공부를 권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상대방의 말은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며 "마음을 서너 번만 돌리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2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고 했다.
"사원들을 내 입장에서 저울질하는 대신 아주 고마운 대상으로 여기면 서로 다툴 일이 없어요. 저는 날마다 사원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들이 있으니까 회사도 있고 나도 있잖아요. 거래처를 만날 때에도 자리이타(自利利他)를 거래원칙으로 삼습니다. 갑과 을의 이익이 동등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면 결국 문제가 생기거든요. "
그의 '마음공부' 덕으로 회사 경영도 불황기에 빛을 내고 있다. 2003년 안산에 있던 공장을 평택으로 확장 이전한 뒤 한동안 고생했지만 최근 들어 주름을 펴고 있다. 매출액은 2006년 288억원에서 지난해 564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06년 2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34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마음공부가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나 날마다 애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며 "경계를 대할 때마다 멈춰서 원래 마음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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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평택=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2009. 8. 20.)
5. 박은주 (김영사 대표)
박은주 김영사 대표 "아침, 저녁 금강경 읽으며 `마음 洗手` 하지요"
"25년여동안 2만 여번 독송 '정직과 존중' 경영방침도 금강경의 가르침이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먼나라 이웃나라》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양서를 내온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52). 그는 매일 새벽 5시면 108배로 몸을 푼 다음 방석에 무릎을 꿇고 몸을 세운 채 '금강경'을 소리 내서 읽기 시작한다.
"여시아문(如是我聞)하사오니 일시(一時)에 불(佛)이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하사 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으로)…."
박은주 김영사 대표가 방석에 무릎을 꿇은 채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백성욱 전 동국대 총장이 토를 단 금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28분가량. 곧이어 합장한 채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았는가, 일을 하면서 또는 사람을 대하면서 욕심이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일상의 삶을 돌아보고 하루를 내 마음의 참 주인으로 살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박 대표는 저녁 8시에 또 한 차례 108배와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1984년 김정섭 전 사장님 권유로 '금강경' 독송을 시작했으니 25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에는 한문으로 된 금강경을 뜻도 모른 채 읽으면서 사전을 펴놓고 해석하고 외우고 그랬죠.벌써 한 2만번은 읽었을 겁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글을 백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이해됨)이라고, 소리 내서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 뜻이 통하더군요. "
대학(이화여대 수학과)을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3년 김영사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전 해에 김영사를 창립한 김 전 사장은 백성욱 박사에게 금강경 독송 수행법을 배운 제자였다. 삶과 죽음, 존재와 우주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에게 김 전 사장은 어느날 저녁 퇴근 무렵 금강경을 툭 던져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금강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 마음의 진수를 보여주는 맑은 거울입니다. 살면서 일이나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하고 화 내고 욕심을 부리느라 낀 마음의 때를 저는 금강경을 읽으면서 닦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마다 세수를 하듯 마음의 세수를 하는 거죠."
박 대표는 지금 눈앞에 부처님이 살아서 법문을 한다는 생각으로 금강경을 읽는다고 했다. 날마다 독송하는 금강경이지만 자신의 일상적 삶을 금강경에 비춰보면 그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지금 여기 부처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할까'라며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다보면 금강경은 단순히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법문이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금강경을 읽고 108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허리도 엄청 아프고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을 이기고 나면 정말 재미있어요. 꾸준히 수행하려면 스스로 꾀를 부리지 않도록, 핑계거리를 찾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해요. 몸도 규칙이 있어야 말을 듣거든요. "
박 대표는 금강경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개인의 삶도, 회사 경영도 금강경에서 배운대로 한다고 했다. 욕심이나 욕망, 감정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늘 금강경에 비춰보며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얘기다. 정직과 존중이라는 경영 방침도 금강경에서 나왔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빠지기 쉬운 게 '숫자의 미신'입니다. 매출, 순이익 등 경영의 결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숫자를 더 높이고, 1등을 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죠. 그러나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매출 확대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겁니다. 따라서 숫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피와 살이 되는 책을 내려고 노력하지요. "
책 만드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베스트셀러의 유혹'도 마찬가지다. 김영사만큼 베스트셀러를 많이 낸 출판사도 드물지만 그럴수록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은 욕심과 유혹도 커진다. 그럴 때마다 박 대표는 흔들리는 마음을 제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금강경을 떠올린다. 금강경은 집착과 편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강조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한눈을 팔아선 안 된다"며 "삶의 전 영역을 금강경으로 늘 비추고 있으면 범이 길목을 지키다 먹잇감을 덮치듯이 욕심과 욕망, 미움과 화같은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바로 낚아채서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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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2009. 9. 3일자)
# 웹사이트 링크
박영재 교수 http://hompi.sogang.ac.kr/physeon
한경혜 화가 http://www.artisthouse.co.kr
최훈동 원장 http://www.ihanbyul.com
이상열 대표 http://www.eps-korea.com
김은주 대표 http://www.gimm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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